내 인생의 스트라이크존, 잠실
김령아
야구 좋아하는 꼬마 아가씨
내 마음속에는 작은 창이 있다. 그 창의 크기는 야구의 스트라이크존 정도 될 것이다. 그 작은 창으로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투수가 힘차게 공을 뿌리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포수가 된 기분이랄까? 야구는 나를 항상 설레게 한다.
아침에 눈을 떴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아른거린다. 야구장에 갈 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야구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에 살고 있다 보니 주로 가는 야구장은 당연히 잠실야구장. 야구 시즌이 되면 무언가에 이끌려 어느새 나는 잠실에 도착해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잠실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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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는 없지만 어렸을 적 가본 잠실야구장 |
기억에는 없지만 아마도 부모님과 어렸을 적 잠실야구장을 갔던 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그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야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을 테니까. 유년기에는 동네 아이들과 야구를 직접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었지만, 잠실까지 가서 야구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잠실야구장을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대가 된 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야구에 홀딱 빠진 이유
야구를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어느새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응원문화가 재미있어 열정적인 응원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때부터 나의 작은 창이 스트라이크존이 되었으리라. 야구 경기를 보고 있을 때면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 단연 스트라이크존.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가 될 것인가 볼이 될 것인가에 항상 초집중하며 열심히 응원한다.
야구의 응원은 단순히 “우리 팀 이겨라!”라고 하는 응원이 아니라 내가 응원하는 팀이 공격일 때 타석에 들어온 선수의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 한 명 한 명의 응원가가 1~2개씩 정해져 있고 타석에 들어온 선수에 맞춰 응원가를 부르며 나름의 율동을 따라 하는데 그 응원 방식이 너무 좋아서 홀딱 빠져버렸다. 여러 야구장을 다니다 보면 야구장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를 맞이할 수 있다. 부산 야구장 같은 경우는 경기 중간에 나누어주는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응원하는 거였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환경 때문에 없어졌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야구 경기를 직접 보고 응원하는 것만이 관심사가 아니다. 야구에 빠지면 빠질수록 야구공에 싸인 하나쯤 받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에 야구 경기 시간보다 훨씬 일찍부터 도착해서 선수들을 기다려본다. 그렇게 막연히 기다리다 보면 선수들이 도착하고 운이 좋으면 사인도 받을 수 있고 더더욱 운이 좋으면 셀카 한 장이라도 더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은 싸인 공이 벌써 수십 개는 될 듯. 어렵게 모은 공이니만큼 행여라도 다치지 않게 아크릴 케이스에 고이 담아 탑을 쌓아놓았다.
나의 야구 원정 응원기
열정이 과해지면서 이내 나는 전국적으로 야구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야구 덕후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각각의 야구장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이 있다. 잠실야구장 같은 경우는 타 팀의 팬들도 꽉 차는 아주 묘한 매력이 있달까? 특히 기아나 롯데가 원정을 올 때면 잠실야구장은 거의 만원 관중이다. 어떨 때는 홈팀의 팬보다 원정팀의 팬이 더 많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지방의 야구장은 거의 홈팀의 팬들로 가득 차 있다. 다른 팀의 팬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멀리서 와야 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그런데도 내가 잠실야구장 다음으로 많이 가는 야구장은 광주야구장이다. 기아타이거즈의 양현종 선수를 좋아하는 나는 아무래도 기아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야구장을 자주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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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에 실려 받은 기념품 | ▲ 웹진에 실린 나와 지인들 |
광주에서는 홈구장이라 원정인 잠실야구장보다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다양하다. 편안하게 홈팀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이라든지 야구장 이벤트 같은 것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아타이거즈 웹진에 나온다던가 게임 같은 걸 참여한다던가 전광판에 나온다던가 등등 말이다.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나는 가끔 티브이에도 나왔었고 웹진에도 실렸다.
열심히 전국의 야구장을 다니다 보니 덕후 생활에 정점을 찍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투수 양현종 선수가 경기 때 직접 쓰던 글로브를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양현종 선수랑 식사도 할 기회도 생겨 같이 밥까지 먹었으니 정말이지 가문의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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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선수가 직접 쓰던 글로브 | ▲부산야구장의 독특한 응원문화 |
재미있는 건 야구장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는 거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듯이 자주 오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 수밖에 없다. 덕분에 자연스레 인간관계도 넓혀지고 관심사가 같다 보니 쉽게 돈독해진다. 난 단지 야구 경기가 좋아서 야구장을 찾은 것뿐인데 생각 외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많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
나의 플레이그라운드, 잠실-목동-고척
나에게 작은 창을 선물해 준 야구를 보러 가려면 서울에서는 잠실과 고척이 있다. 우리 집에서는 고척이 훨씬 가깝지만 나는 항상 잠실야구장을 간다. 아무래도 두 팀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기에 야구 경기가 자주 열리기 때문일 것이다. 고척에 야구장이 생기기 전에는 목동야구장으로 다녔었는데 지금은 목동야구장에서 프로야구를 하지 않는 것이 내심 아쉽다. 집에서 무척 가깝고 지금도 밖을 바라보면 목동야구장이 보이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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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 목동야구장 |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목동야구장. 잠실야구장도 언젠가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될 수도 있으려나? 문득 불안한 궁금증이 엄습해온다. 시즌이 아닌 지금도 가끔 잠실에 다녀온다. 내 마음 작은 창 속에 스트라이크 공이 뿌려질 때면 어김없이 찾아가 보는 잠실. 지금은 시즌이 끝나서 당분간 경기가 없지만, 내년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잠실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내 인생에서 야구를 빼놓을 수 없기에 내 인생의 스트라이크존은 단연 잠실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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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잠실야구장 |
필자소개 : 스토리클럽 3기 '서울을 벗어나고픈 김령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찐서울러.
너무나 평범했던 오랜 직장 생활 청산하고 서울을 벗어나 현재는 싱가포르에 거주 중이다.
벗어나고픈 서울이 아니라 간직하고픈 서울을 가슴속에 담고 싶어서 스토리클럽까지 오게 됐다.
나를 찾고 서울을 담는 소중한 시간이기를!
내 인생의 스트라이크존, 잠실
김령아
야구 좋아하는 꼬마 아가씨
내 마음속에는 작은 창이 있다. 그 창의 크기는 야구의 스트라이크존 정도 될 것이다. 그 작은 창으로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투수가 힘차게 공을 뿌리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포수가 된 기분이랄까? 야구는 나를 항상 설레게 한다.
아침에 눈을 떴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아른거린다. 야구장에 갈 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야구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에 살고 있다 보니 주로 가는 야구장은 당연히 잠실야구장. 야구 시즌이 되면 무언가에 이끌려 어느새 나는 잠실에 도착해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잠실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때가.
기억에는 없지만 아마도 부모님과 어렸을 적 잠실야구장을 갔던 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그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야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을 테니까. 유년기에는 동네 아이들과 야구를 직접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었지만, 잠실까지 가서 야구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잠실야구장을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대가 된 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야구에 홀딱 빠진 이유
야구를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어느새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응원문화가 재미있어 열정적인 응원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때부터 나의 작은 창이 스트라이크존이 되었으리라. 야구 경기를 보고 있을 때면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 단연 스트라이크존.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가 될 것인가 볼이 될 것인가에 항상 초집중하며 열심히 응원한다.
야구의 응원은 단순히 “우리 팀 이겨라!”라고 하는 응원이 아니라 내가 응원하는 팀이 공격일 때 타석에 들어온 선수의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 한 명 한 명의 응원가가 1~2개씩 정해져 있고 타석에 들어온 선수에 맞춰 응원가를 부르며 나름의 율동을 따라 하는데 그 응원 방식이 너무 좋아서 홀딱 빠져버렸다. 여러 야구장을 다니다 보면 야구장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를 맞이할 수 있다. 부산 야구장 같은 경우는 경기 중간에 나누어주는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응원하는 거였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환경 때문에 없어졌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야구 경기를 직접 보고 응원하는 것만이 관심사가 아니다. 야구에 빠지면 빠질수록 야구공에 싸인 하나쯤 받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에 야구 경기 시간보다 훨씬 일찍부터 도착해서 선수들을 기다려본다. 그렇게 막연히 기다리다 보면 선수들이 도착하고 운이 좋으면 사인도 받을 수 있고 더더욱 운이 좋으면 셀카 한 장이라도 더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은 싸인 공이 벌써 수십 개는 될 듯. 어렵게 모은 공이니만큼 행여라도 다치지 않게 아크릴 케이스에 고이 담아 탑을 쌓아놓았다.
나의 야구 원정 응원기
열정이 과해지면서 이내 나는 전국적으로 야구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야구 덕후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각각의 야구장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이 있다. 잠실야구장 같은 경우는 타 팀의 팬들도 꽉 차는 아주 묘한 매력이 있달까? 특히 기아나 롯데가 원정을 올 때면 잠실야구장은 거의 만원 관중이다. 어떨 때는 홈팀의 팬보다 원정팀의 팬이 더 많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지방의 야구장은 거의 홈팀의 팬들로 가득 차 있다. 다른 팀의 팬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멀리서 와야 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그런데도 내가 잠실야구장 다음으로 많이 가는 야구장은 광주야구장이다. 기아타이거즈의 양현종 선수를 좋아하는 나는 아무래도 기아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야구장을 자주 갈 수밖에 없다.
광주에서는 홈구장이라 원정인 잠실야구장보다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다양하다. 편안하게 홈팀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이라든지 야구장 이벤트 같은 것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아타이거즈 웹진에 나온다던가 게임 같은 걸 참여한다던가 전광판에 나온다던가 등등 말이다.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나는 가끔 티브이에도 나왔었고 웹진에도 실렸다.
열심히 전국의 야구장을 다니다 보니 덕후 생활에 정점을 찍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투수 양현종 선수가 경기 때 직접 쓰던 글로브를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양현종 선수랑 식사도 할 기회도 생겨 같이 밥까지 먹었으니 정말이지 가문의 영광이다.
재미있는 건 야구장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는 거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듯이 자주 오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 수밖에 없다. 덕분에 자연스레 인간관계도 넓혀지고 관심사가 같다 보니 쉽게 돈독해진다. 난 단지 야구 경기가 좋아서 야구장을 찾은 것뿐인데 생각 외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많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
나의 플레이그라운드, 잠실-목동-고척
나에게 작은 창을 선물해 준 야구를 보러 가려면 서울에서는 잠실과 고척이 있다. 우리 집에서는 고척이 훨씬 가깝지만 나는 항상 잠실야구장을 간다. 아무래도 두 팀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기에 야구 경기가 자주 열리기 때문일 것이다. 고척에 야구장이 생기기 전에는 목동야구장으로 다녔었는데 지금은 목동야구장에서 프로야구를 하지 않는 것이 내심 아쉽다. 집에서 무척 가깝고 지금도 밖을 바라보면 목동야구장이 보이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나 보다.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목동야구장. 잠실야구장도 언젠가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될 수도 있으려나? 문득 불안한 궁금증이 엄습해온다. 시즌이 아닌 지금도 가끔 잠실에 다녀온다. 내 마음 작은 창 속에 스트라이크 공이 뿌려질 때면 어김없이 찾아가 보는 잠실. 지금은 시즌이 끝나서 당분간 경기가 없지만, 내년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잠실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내 인생에서 야구를 빼놓을 수 없기에 내 인생의 스트라이크존은 단연 잠실이라 말하고 싶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찐서울러.
너무나 평범했던 오랜 직장 생활 청산하고 서울을 벗어나 현재는 싱가포르에 거주 중이다.
벗어나고픈 서울이 아니라 간직하고픈 서울을 가슴속에 담고 싶어서 스토리클럽까지 오게 됐다.
나를 찾고 서울을 담는 소중한 시간이기를!